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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의 세상읽기 :: 벤치와 소통
  • 최영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8.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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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어느 프로그램 중 하나를 보았는데 그 프로그램의 내용은 벤치 하나에 두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그들은 벤치를 두고 끝과 끝자리에 앉아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벤치는 갑자기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아무 관계가 없었던 두 사람 사이를 붙여 놓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벤치 하나가 아무런 인연도 없던 사람들에게 서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 간의 친밀감을 느끼게 해 주는 등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최근 의사소통을 손으로 하는 일이 많이 늘어나면서 사람들 간의 소통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 예로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 '카톡'을 하는 것만 보아도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확인해보라. 당신은 말, 전화, 카톡 중 과연 어떤 의사소통에 비중을 두어서 의사표현을 하는가? 아마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이나 전화보다 카톡을 많이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사소통의 수단은 늘어나고 발전했지만 그 의사소통에 비해 사람간의 정(情)은 오히려 멀어져 버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에서의 '이웃'이란 존재는 그저 옆집 사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찌보면 빡빡한 현대사회에서 아파트의 한 동이나 한 층의 사람과도 친해지기 쉬운 일은 아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살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요즘 흔한 사실이지 않은가? 이러한 일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다른 사람들을 모두 들고 다니면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손보다 먼 곳에 있고 친하지도 않은 옆집사람과 대화할 이유는 충분히 없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손'안에만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도 존재하는 법이듯 사람이기에 우리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글과 정보를 공유한다 해도 대화만큼 친숙한 의사소통은 없을 것이다.

남성이라면 한 번 씩 가게 될 군대에서 전화 한 통과 편지 한통의 의미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손 글씨로 정성들여 쓰인 글과 오랜만에 듣는 부모님과 여자 친구의 전화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때 마음과 마음이 와 닿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 낸 하나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있을 땐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편하게 대하거나 이해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없을 때는 그 빈자리에 대한 불편함과 그리움이 존재한다. 카톡을 하는 순간순간마다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깊은 생각이나 고뇌를 담아 긴 장문의 글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즉각적인 대답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카톡을 하는 와중에도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가? 간혹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자신을 무의식중에 발견한다면, 혹시나 같은 자리에 다른 사람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 될 것 같다. 벤치의 중간 중간에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 누가 벤치를 이용하고 싶어 할 것인가?

벤치와 의사소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하다못해 앉아있는 벤치에 칸막이가 없다면 더욱 다르지 않다.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먼저 말을 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벤치는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의 의사소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벌인 이 하나의 장난 같은 일은 한 순간의 유쾌함만을 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없앤 하나의 시도에 불과한 일이다. 만일, 주변에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이웃이 있다면, 혹은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 소홀해진 친구가 있다면 가끔 따듯한 인사 한마디와 전화 한 통은 어떠한가.
 

   
 

최영수 칼럼니스트  fpwhem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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