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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 케빈에 대하여

   
 
마치 피를 연상시키는 토마토 축제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듯 실려가는 에바의 모습을 담은 알 수 없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에바(틸다 스윈튼)는 일과 삶을 사랑하며 결혼 후에도 자유롭고 당차게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며 지내는 인물로 계획에 없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임신 여부를 알고 난 후 에바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당혹감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와 걱정일 줄 알았던 에바의 정신적 문제는 임신기간 동안 에바를 떠나지 않고, 출산 후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공사장의 드릴소리에 더 평온함을 느끼며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는 원망감과 미움에 사로잡힌다.

이런 에바에게서 태어난 아이 케빈(이즈라 밀러).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어난 후에도 엄마의 사랑을 느낀 적 없는 케빈은 아이 답지 않은 어둡고 음울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아서인지 에바에 대한 적대감이 강하고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케빈을 보며 에바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위해 노력하지만 케빈이 커갈수록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더 깊어만 간다. 단 한 씬도 유쾌한 장면이 없는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문제에 대해 생각 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후 에바와 케빈 그 누구에게도 확실한 비난의 화살을 겨냥할 수 없게 된다. 여성의 중요한 본능과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모성애'. 정말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문제일까? 여자라면 누구나 깊은 곳에 모성애가 존재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마치 의무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풍토 때문에 결혼과 육아가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로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가 에바와 케빈의 모습으로 아이를 낳은 후에도 내 아이를 사랑해줄 수 없어서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많으며 감정적 결핍으로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들 역시 사고와 정서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극단적인 모습이지만 케빈 역시 같은 이유가 원인이 되어 사회 부적응 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케빈이 사회적 부적응 자가 된 이유가 에바 때문이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다. 케빈의 선천적인 문제일 수도 에바와의 불행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케빈의 마음 속에서 자라난 악은 결국 에바를 향해 외친 케빈의 잘못된 표현이었으며, 케빈이 원하던 것은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땐 알았는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케빈의 대답은 마음을 먹먹하게 하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케빈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받아들여 그의 엄마로 살아가는 에바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반드시 케빈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맹점과 오류로 인해 초래된 모습을 담은 이 영화를 통해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인지와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지표 사이 괴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양자영 글  didwkd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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