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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 타인의 삶

자극적이고 화려한 미국식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독일영화로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9점이 넘는 높은 평점에 기대반 의심반으로 보게되었다. 영화는 분단된 상황인 독일을 배경으로 그 중 삭막한 사회주의 체제하에 있는 동독의 모습을 바탕으로 '도청' 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환기 시킨다.

   
 
동독 국가 보안국에 소속된 주인공 뷔슬러(울리히 뮤흐)는 드레이만(세바스티안 코치)을 도청하게된다. 드레이만은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인으로 동독이 그를 도청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독일 정부는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시민들의 주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삶을 파고든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의 삶은 철저하게 노출된다. 이렇듯 특별할 것 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던 뷔슬러는 드레이만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 과정을 특별한 계기나 격정적인 감정노출을 배재한 채 담담하고 묵묵하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 속에서도 타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방향을 바로잡기도 하고, 정의로운 바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의도치 않게 훔친 타인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내 삶을 찾게된다. 비록 그 결과가 거창하지도 않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떳떳해질 수 있었다. 체제의 굴레 속에서 국가에 순응하는 나약한 사람이 진정 마음으로 브레히트의 시를 감상하기까지 뷔슬러는 타인의 삶에 침투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그 삶에 애정을 갖게되고, 잊고 살았던 가슴 속 깊은 곳 숨겨진 진심을 마주한다. 결국, 스스로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게 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건조하고 잔잔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진하게 남는 여운은 견줄 영화가 없다고 본다. 개인이 갖는 신념은 언제든지 내부적, 외부적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평생을 같은 상황 속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신념을 갖고 사느냐가 아니라, 과연 그 신념에 나의 진정성이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빨리 그리고 높이 가기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번 쯤 해보는게 어떨까.

양자영 기자  didwkd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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