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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 미디어가 먹고 사는 법

칼럼- 황근 교수님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지 불과 2년 만에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변했다. 먼 남의 일 같았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졌고, 컴맹까지는 아니지만 반백의 아제들까지도 모바일 쇼핑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급기야 지난 20년간 글로벌 대형마켓들을 모두 물리치고 국내 시장을 지켜왔던 이마트가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소식은 시대변화를 실감해주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으로 상징되는 4차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는 모든 영역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고,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성장속도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낡은 정치구조나 인식수준은 일종의 문화지체(cultural lag)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기술들을 만들어낸 인간이라는 것이다. 아니 산업사회를 지배해왔던 국가, ICT사업자 그리고 구글 같은 플랫폼사업자들이 만든 기술들이 보통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새 기술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종 일자리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신종 일자리보다 그 기술들에 의해 대체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타다 택시’ 갈등에서 보듯이 첨단 기술에 대한 기존 종사자들의 저항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버 택시, 원격진로, 온라인 부동산 중개 같은 ICT 기술에 바탕을 둔 다양한 서비스들이 기존 사업자 혹은 종사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거나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마치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에서 발생했던 ‘기계파괴운동(luddite movement)’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디어 영역은 이 같은 첨단기술의 쓰나미로부터 안전지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안전하지 않다. 이미 온라인 미디어의 성장으로 전통 언론사들의 아성이 붕괴되거나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더 이상 20~30%대고정 시청률을 담보하고 있던 방송사나 200만~300만부 발행부수를 자랑하던 신문사들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 뿐 아니라 이미 기존 언론사들의 기사들 역시 로봇에 의해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이른바 로봇저널리즘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통 미디어들이 퇴출되는 대신에 1인 혹은 소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반론을 할 수도 있다. 순수하게 양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와 인터넷 미디어들 간의 질적 차이는 엄청나다. 기존 언론사들이 내부 게이트키핑 시스템과 숙련된 기자들에 의해 뉴스를 생산한다면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터넷 매체들은 주장과 사실이 혼재된 여러 의견들 중에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다양한 의견들이 표현되어 사람들이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어느 것이 정확한 사실인지에 대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미디어에 의해 정제된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가 제공되어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이를 수용하고 소비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무엇이 좋은지 정확한 것인지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몇몇의 소수 미디어 종사자들의 고민이 개별 미디어 이용자들로 이전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를 전공하는 학도들이 설자리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그냥 특별한 전문성 없이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기 의견을 배포·확산할 수 있다면 굳이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할 필요가 없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적 안정성을 누렸던 전설속의 미디어산업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디어 역시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 직업군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변화된 위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 일례로 강남에 몰려 있는 수많은 입시학원들 그래서 생겨한 것이 어떤 과목은 어떤 학원에서 수강하는 것이 좋은가를 지도하는 일종의 컨설팅학원 일명 코디네이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향후 미디어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무수한 뉴스나 정보들을 개별 수용자들의 수요에 맞추어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news aggregator 혹은 information aggregator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역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뉴스의 가치와 수용자들의 선호를 판단하는 요소나 가중치를 결정하는 것는 인간의 몫이다. 이미 전통적인 대형 광고대행사들이 문을 닫거나 매각되고 반면 수많은 매체나 플랫폼들 중에서 광고주가 원하는 목표이용자를 골라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미디어 렙(media representation)사업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4차산업혁명 시기에 미디어 전공자들의 블루오션은 무슨 ‘미디어 정보분석사’ 같은 것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미디어 콘텐츠들과 개별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매개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후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신문·방송에 집중해왔던 미디어학이 몰락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폭증하면서 미디어학은 도리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또 최근에 유튜버, 페이스북에서 1인 미디어들이 창궐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학의 효용성이 한계에 달했다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미디어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선호도는 더 커지고 있다. 아마 미디어학이 수많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창조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자 인간성을 담보해주는 DNA이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적 사고만이 미디어 전공자들의 원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박소희 기자  rhaehf13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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