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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와 함께하는 삼성자동차 이야기SM5와 함께하는 삼성자동차 이야기
1세대 SM5. 뛰어난 품질로 지금도 도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본래 전에 기고했었던 ‘쏘나타 이야기’처럼 일종의 시리즈화 하여 ‘SM5’에 대해 쓸 생각이었지만, 이번에 쓰고자 했던 ‘SM5 이야기’는 자동차 모델이 아닌 그와 함께했던 ‘삼성자동차’도 함께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이번만큼은 ‘한줄기 불꽃과 같았던’ 삼성자동차와 함께 글을 써보고자 한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유명한 재벌들의 자동차 사랑은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건희 회장의 일화를 가장 대표적으로 들을 수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이건희 회장은 현재까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 수입차 수십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그의 자동차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에 서술할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은 자동차 사랑의 완전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총수가 된 1987년, 이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자동차산업 진출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다. 이후 1990년 일본 닛산과 제휴를 시작하여 본격적인 자동차산업 진출이 준비되는데,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반대했다. 현재의 경쟁체제도 충분하며 삼성이 진출할 경우 자동차 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결국 정부는 삼성의 완성차산업 진출을 허가한다. 그리고 1994년 닛산 디젤의 ‘빅썸’트럭을 베이스로 삼성중공업 상용차사업부를 통해 ‘SM510/SM530’트럭을 출시한다. 이와 동시에 닛산의 중형세단이었던 2세대 ‘세피로(4세대 맥시마, A32)’를 베이스로 프로젝트명 'KPQ'를 정한 뒤 중형세단 개발에 돌입한다.

 

  이듬해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지금의 녹산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부산 신호동에 자동차 공장을 지어 약 2년 뒤인 1997년 완공한다. 동시에 'KPQ'의 개발과 시범생산을 마치고 언론 등에 서서히 공개하는 등 ‘얼굴 알리기’에 시작한다. 이때 미국의 자동차시험평가사인 ‘AMCI’를 통해 현대 쏘나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BMW 5시리즈 등 중형세단과의 비교시승평가에서 BMW 5시리즈를 꺾는 기염을 토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예고한다.

 

  1998년 2월 17일, 완성차 산업 진출을 염원했던 삼성의 첫 자동차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SM5'로 명명된 신차는 삼성자동차만의 작명법으로 ‘SM’은 'S'amsung 'M'otors의 각 앞자리를 따왔고, 숫자 ‘5’는 1~10사이의 중간임을 뜻하는 5를 선택함으로써 중형급임을 의미했다. 이어서 엔진 배기량별로 SM518(1800cc), SM520(2000cc), SM520V(2000cc V6), SM525V(2500cc V6)라는 트림명을 만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혀 새로운 작명법을 선보였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처음 만든 중형세단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의 비슷한 때에 출시한 국산 중형차의 교과서로 불리는 현대 EF 쏘나타를 꺾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인기는 IMF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98년 국산차 판매 3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처음 만든 중형세단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의 비슷한 때에 출시한 국산 중형차의 교과서로 불리는 현대 EF 쏘나타를 꺾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인기는 IMF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98년 국산차 판매 3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기술의 닛산’이라 불리던 닛산의 검증된 중형세단을 베이스로 삼았고, 삼성 특유의 깐깐함으로 오히려 베이스 모델인 세피로보다 더 높은 수준의 차량 품질을 선보이며 당시 기술제휴를 담당했던 닛산 임원이 놀랐다는 소문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또한, 국산 중형세단 최초의 ‘타이밍 체인 엔진’과 시간이 흘러도 좋은 광택을 유지하는 ‘신가교 불소 도장 공법’, 험로 주파를 도와주는 ‘LSD(차동제한장치)’ 적용 등 이러한 기술과 내구성으로 당시 업계의 ‘2년 4만km’ 차량 품질보증 기간을 삼성자동차만 ‘3년 6만km’로 연장하여 차량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삼성자동차 SM5가 출시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발전’과 ‘견제’라는 순기능이 다시금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존 ‘현대’-‘기아’-‘대우’ 3자 체제의 20년 넘는 경쟁은 더딘 기술발전과 IMF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삼성자동차가 출범하면서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기술발전과 내구성 향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오면서 그 결과물로 현대는 EF 쏘나타의 품질보증 기간을 삼성차와 동일한 3년 6만km로 상향 조정하였고, 기아는 현대차에 흡수되어 EF 쏘나타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옵티마를 출시하였으며, 대우는 신형 중형차 매그너스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출범한 삼성자동차는 출범한 지 4년 만에 쓰러지고 만다. IMF의 여파가 삼성자동차에도 이어졌던 것인데, 당시 정부는 대우그룹의 대우전자와 삼성그룹의 삼성자동차 간 ‘빅딜’을 시도하였지만 1999년 6월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심지어 앞서 출범했던 삼성중공업 상용차사업부는 삼성자동차가 출범하면서 삼성상용차로 변모했으나 역시 IMF로 함께 쓰러지면서 삼성의 자동차산업 실패는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남기고 말았다.

 

  그렇게 황폐해진 삼성자동차는 2000년 9월,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되어 프랑스 르노 약 80%, 삼성카드 약 20%의 지분으로 ‘르노삼성자동차’가 재출범한다. 보통 회사가 망했다가 재출범하면 소비자들은 반신반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르노삼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간 생산했던 차량의 내구성이 여전히 뛰어났으며 특히 자동차를 업으로 하던 택시기사들의 ‘SM5는 고장 없이 오래 달린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시금 SM5 판매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실제 처음 출시했던 1998년 41,593대가 생산되었고, 1999년 6,362대로 급감하였으나 2000년 28,787대로 회복세를 기록하였고 르노삼성 출범 첫 돌을 맞이한 2001년엔 68,679대를 생산하면서 완전히 회복했음을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2년엔 116,963대를 생산하면서 처음으로 SM5 생산 10만대를 돌파한다.

 

  2002년 1월, 슈퍼비전 계기반, 휴대전화 핸즈프리, 뒷좌석 열선시트 등 그간 부족했던 편의사양과 상품성을 개선한 SM5를 출시하였고, 2003년 9월 늙어 보인다는 기존 디자인을 한층 개선한 ‘2004 SM5’를 출시하며 HID 헤드램프 등 새로운 편의사양을 추가하면서 현재도 부족함 없는 훤칠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자동차 시기 출시된 첫 SM5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많은 것을 던져주었다. 뛰어난 품질과 내구성은 갓 출범한 회사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성공적인 진입과 열렬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SM5로 시작된 국산 자동차 전반의 품질향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상당수의 1세대 SM5가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 차들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물론 해외 중고차 시장으로도 수출되는 효자 차종으로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여러 사람들에게 SM5가 회자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초창기 삼성자동차’의 재출범을 기다리는 염원도 있다. 이러한 ‘초창기 삼성자동차’의 재출범 염원은 현재 르노삼성자동차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해지고 있다.  

 

  더욱이 르노삼성으로의 재출범 이후 2세대 SM5까지만 하더라도 국산차업계에 한 획을 그으리라 생각했던 회사가 지금은 SUV만 생산하는 쌍용자동차보다 못한 수준의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것을 보면 필자 또한 답답하기 그지없다. 

 

  물론 최근 출시한 르노 클리오와 다음 달 출시예정인 르노 마스터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리라 보이지만, 여전히 존재감 없어 보이는 모습은 소비자들이 보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금 르노삼성은 초창기 SM5가 만들어졌을 때처럼 자신감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르노삼성에 애정 어린 자동차 마니아들은 예전처럼 현대 쏘나타, 기아 옵티마, 대우 매그너스 등과 경쟁한 ‘중형차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었던 2000년대 초반을 꿈꾸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러한 마니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정신 차려야 한다. 진정 르노삼성이 국내에 차를 팔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는 다음 달 출시 될 승합차 르노 마스터를 어떻게 마케팅 하느냐에 따라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어릴 적 SM520을 타며 자랐고 운전면허 취득 후에는 SM518과 SM525V를 타고 있으며, 가족들도 ‘SM5 임프레션’(2세대 SM5)과 ‘뉴 SM5 플래티넘’(3세대 SM5)을 타는 등 어쩌면 르노삼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현재 르노삼성의 모습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옛 삼성차시절이 다시금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백주인 기자  hbs948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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